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여행 산업에서도 지속가능성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관광지 환경 보호, 현지 경제 기여, 사회적 책임 이행 등 다양한 차원에서 지속가능한 관광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여행사들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도입하며 지속가능한 관광 생태계 구축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이에 이번 글에서는 지속가능 관광의 개념과 의의를 살펴보고, 여행사들의 ESG 경영 현황 및 전략적 시사점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지속가능 관광의 정의와 중요성
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는 지속가능 관광을 "방문객, 관광업계, 환경 및 방문지 커뮤니티의 요구에 부응하는 동시에 현재와 미래의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는 관광"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즉, 관광 활동이 자연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현지 사회의 이익과 문화를 존중하며, 장기적으로 관광 산업의 발전 기반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지속가능 관광이 중요한 이유는 관광 산업이 전 세계 GDP의 10%, 고용의 10%를 차지하는 거대 산업인 동시에, 자연 환경과 지역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관광객 증가로 인한 환경 파괴, 문화유산 훼손, 현지 주민 생활 침해 등 부작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관광지의 매력도를 떨어뜨려 관광객 감소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 관광 산업 자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됩니다. 따라서 여행사를 비롯한 관광 산업 전반이 환경 보호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윤리적 당위성 차원을 넘어,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입니다.
글로벌 여행사의 ESG 경영 사례
세계 최대 여행사 중 하나인 익스피디아그룹(Expedia Group)은 ESG 경영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꼽힙니다. 2021년 'Open World'라는 ESG 전략을 수립하고, 환경 보호, 사회적 포용, 지배구조 혁신을 위한 구체적인 목표와 실행 계획을 제시했습니다. 우선 환경 부문에서는 2030년까지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5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에너지 효율 개선,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등을 통해 달성한다는 계획입니다. 또한 여행객들이 환경 친화적인 호텔과 액티비티를 선택할 수 있도록 'Expedia 지속가능성 배지' 프로그램을 도입했습니다. 사회적 책임 부문에서는 여행 업계의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EI)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2025년까지 전 세계 직원의 25%를 소수계 인종으로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여행 파트너사 선정 시에도 DEI 원칙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여행 플랫폼 내 차별적 콘텐츠를 모니터링하고 차단하는 시스템도 구축했습니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이사회 내 다양성 확대, 주주권 강화, 투명한 세금 납부 등을 골자로 하는 혁신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윤리 강령을 전면 개정하고 임직원 교육을 강화하는 등 ESG 경영을 위한 내부 체질 개선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라이벌 기업인 부킹홀딩스(Booking Holdings) 역시 '책임감 있는 여행(Travel Sustainable)'을 모토로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친환경 등급제를 도입해 환경 기준을 충족하는 숙박시설에 '지속가능성 배지'를 부여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2023년 기준 전 세계 40만 개 이상의 숙박시설이 이 배지를 받았다고 합니다. 한편 트립닷컴, 씨트립 등 중국발 OTA들도 ESG 경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습니다. 트립닷컴은 '여행, 함께 더 나은 미래로' 전략을 발표하고, 탄소중립 여행 상품 개발, 생태관광 활성화 등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씨트립 또한 'MISSIONS' ESG 프레임워크를 수립하고, 그린 모빌리티 솔루션, 여행 포용성 제고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 관광을 위한 여행사의 ESG 경영 방안
지속가능한 여행 생태계 구축을 위해 여행사는 전사적 차원의 ESG 경영 전략을 수립하고 단계적으로 실행해 나가야 합니다. 우선 조직 내 ESG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거버넌스 체계를 정비하는 것이 시작이 될 것입니다.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영역별 현황을 진단하고 개선 과제를 도출하는 한편, 이를 성과 평가와 보상에 연계함으로써 조직 전반에 ESG 마인드를 내재화해야 합니다. 상품 개발 측면에서는 친환경 이동수단, 지역사회 기반 액티비티 등 지속가능한 요소를 적극 반영해야 합니다. 탄소 배출량 등 상품별 환경 영향을 측정하고 공개하는 투명성 제고 노력도 요구됩니다. 아울러 공급망 전반에 걸쳐 협력사의 ESG 역량을 평가하고 이를 거래 조건에 반영함으로써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마케팅 차원에서도 지속가능성을 브랜드 가치로 내세우고 이를 위한 콘텐츠 개발과 캠페인 활동에 주력해야 합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지속가능 관광에 대한 고객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관련 정보 제공과 프로모션을 통해 수요를 선점하고 시장을 선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또한 ESG 경영의 성과를 측정하고 이를 이해관계자들에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객관적이고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을 적용하여 ESG 보고서를 발간하고, 제3자 검증을 받음으로써 신뢰도를 제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아가 유관 기관 및 NGO 등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지속가능 관광 인증, 캠페인, 연구 등을 추진함으로써 산업 전반의 변화를 주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지속가능 관광, 모두를 위한 여정
지속가능한 관광은 관광객의 즐거움, 관광 기업의 수익성, 현지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이 조화를 이루는 균형 잡힌 발전 모델입니다. 자연과 공존하고 문화를 존중하며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는, 결국 인류 모두를 위한 여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팬데믹을 거치며 사람들의 여행 패턴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적한 자연, 오프비트 장소, 현지인과의 교류 등 이른바 '착한 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MZ세대의 가치 소비 트렌드가 맞물리며 지속가능 관광에 대한 수요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간 양적 성장에 치중하던 관광 산업, 특히 여행사가 이제는 ESG를 도입하며 근본적 체질을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쉽지 않은 변화의 길이겠지만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고 산업 전반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이 될 것입니다. 인간과 자연, 문화와 경제가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 여행의 시대. 변화를 주도하는 여행사들의 의지와 역량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입니다. ESG 경영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지속가능한 여행의 가치를 경험할 수 있기를, 여행이 우리 사회와 지구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일이 늘어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지속가능성의 씨앗을 품은 여행, 우리 모두를 위한 그 의미 있는 여정에 여행사들이 함께 해주시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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